사직․이배산․돝섬…전국 돼지 지명은 112곳
국토부 돼지의 해 맞아 전국 지명 분석
2018-12-31 교통뉴스 송수정 기자
풍요․기원․두려움 등 지명 속 돼지 이야기
주로 남쪽의 곡창지대에서 지명에 이용해
국토지리정보원은 2019년 기해년(己亥年) 돼지의 해를 맞이하여 전국의 지명을 분석한 결과, 돼지와 관련되어 고시된 지명은 총 112개이며, 그 중 전남이 27개로 제일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에 이어 경남 21개, 전북 16개, 경북 13개의 분포를 보면, 이는 주로 우리나라의 남쪽지역으로 풍요로운 곡창지대가 있는 곳이다.
상대적으로 먹거리가 풍부한 이 지역에서 가축으로 돼지를 많이 길러 주변의 지명에 돼지가 자주 사용된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십이지의 열두 번째 동물인 돼지는 시간으로는 해시(오후 9시∼11시), 방향으로는 북서북, 달로는 음력 10월에 해당하며 이 시각과 방향에서 오는 사기(邪氣, 주술적으로 나쁜 기운)를 막아주는 동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돼지는 예로부터 제천의식의 제물로 사용되어 제의(祭儀)의 희생을 의미하는 동시에 신통력이 있는 영물, 길상의 동물로 길조를 나타내기도 하며, 한꺼번에 많은 새끼를 낳는 습성 때문에 다산과 풍년의 상징인 동물로 재물과 다복을 대변하기도 한다.
하늘에 제사지내기 위한 신성한 제물로 돼지를 사용한 지명의 유래를 살펴보면, 전북 김제시의 ‘사직’, 경북 울진군의 ‘돗진’, 충남 당진시의 ‘이배산’ 등이 있으며, 여기에는 신에게 기원을 할 때 바치는 희생물로 돼지와 관련된 유래들이 전해진다.
특히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돝섬’은 가락국왕의 총애를 받던 후궁이 사라진 후 사람들을 괴롭히는 황금돼지로 변했고, 그 후 괴이한 빛이 되어 이 섬으로 날아가 돼지가 누운 모습의 섬이 되었다고 한다.
이 섬에서 염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와 섬에 있는 황금돼지상도 이러한 전설과 관련이 있다.
반면에 돼지가 복을 상징하는 것만은 아니고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동물로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돼지는 두려움과 근심의 대상이기도 했다.
경북 의성군 ‘도직골’, 경북 문경시 ‘돌마래미’, 강원 삼척시 ‘돗밭골’ 등 돼지가 많이 나타나 농작물에 피해를 줘 유래된 지명도 전해진다.
또한, 마을의 형상이 돼지머리, 돼지코 등을 닮았다고 하여 유래된 흥미로운 지명도 있다.
충남 보령시 ‘도투머리’, 충남 태안군 ‘둔두리‘는 마을 모습이 돼지머리처럼 보인다 하여 유래됐다.
이처럼 오랜 세월동안 우리의 삶과 함께 해 온 돼지는 다양한 유래와 전설로 우리의 국토 속 지명에 반영되어 자리 잡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앞으로 이와 같이 우리의 삶이 밀접하게 녹아있는 지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문화유산으로 보전할 계획임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