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의 뇌피셜] 대한항공의 에어버스 A350 도입이 빅뉴스인 이유
차세대 대형기 보잉에서 에어버스로 갈아타나?
대한항공이 에어버스의 최첨단 중대형 항공기 A350 기종을 도입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총 33대의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를 도입해 기단을 현대화 한다는 평범한 뉴스다. 많은 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기름을 덜 먹고 운영비가 적게 드는 항공기로 교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한항공이 에어버스의 A350을 도입한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 항공업계는 술렁였다. 대한항공이 에어버스의 중대형기종을 마지막으로 도입한 때가 지난 2010년이었다. 대한항공이 도입한 에어버스 신기종은 초대형기 A380 10대가 전부다.
에어버스의 A350은 요즘 인기가 높은 차세대 장거리 비행기다. 그런데 대한항공은 공개적으로 A350 도입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기종을 15대나 운용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합병되면 아시아나의 A350은 팔려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왜 대한항공은 에어버스의 차세대 항공기 도입을 안 한다고 알려졌을까?
대한항공은 그동안 엔진이 2개 달린 차세대 대형 장거리 기종으로 보잉사의 항공기를 선택했었다. 대한항공이 지난 1997년부터 도입을 시작했던 보잉777은 두 개의 엔진으로 태평양 횡단이 가능했던 최초의 대형 장거리 항공기다. 크기에 따라 300~350명을 태울 수 있고, 연료소비는 당시 주력 대형기인 보잉747의 절반에 불과했다.
대한항공은 이 기종을 주력 모델로 삼았다. 화물기 12대를 포함 총 60대의 보잉777을 도입해 현재 49대를 운용하고 있다. 대한항공 전체 기단의 1/3 가까이에 달하는 주력기종 중의 주력기종이다.
또한 연료소비가 더욱 줄어든 보잉787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250~300명 가량을 태울 수 있는 보잉787 드림라이너는 777에 비해 연료소비가 25% 가량 적으면서 더욱 쾌적한 실내공간을 제공해 인기가 높다.
경쟁사인 에어버스도 보잉의 공세에 맞서 777과 비슷한 크기의 A350을 차세대 중대형 장거리기로 시장에 내놓았다. A350은 모델에 따라 최대 18,000km 이상을 급유 없이 날 수 있어 현행 최장거리 비행이 가능하다. 싱가폴 항공이 18시간 걸리는 싱가폴-뉴욕 구간을 A350-900 ULR 기종으로 운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이렇듯 검증된 성능으로 전 세계 항공사들의 선택을 받고 인기를 끌고 있는 에어버스 A350 기종을 사들이지 않았던 이유에는 사연이 있다. 바로 항공기 엔진 문제다.
전 세계 여객기에 탑재되는 엔진은 제네럴일렉트릭(GE), 프랫앤휘트니(PW), 롤스로이스(RR) 3대사가 만든다. 대한항공이 주로 사용하는 보잉777은 GE와 PW 엔진이 탑재되고, 대한항공의 에어버스 기종에도 PW 엔진이 주로 탑재된다. 대한항공 보유 항공기에는 롤스로이스 엔진이 탑재되어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대한항공의 자체정비 정책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GE와 PW엔진을 차체 정비할 수 있다. 롤스로이스 엔진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롤스로이스가 자사 엔진을 자체 정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엔진 정비를 위한 라이센스 정책 때문에 롤스로이스 엔진이 장착된 항공기가 엔진 정비를 받으려면 롤스로이스 엔진공장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싱가폴에 있는 정비공장에 롤스로이스 엔진 장착 항공기를 보내 정비를 받고 있다.
에어버스의 차세대 항공기 A350에는 롤스로이스의 트렌트XWB 엔진 단 한 종만 장착된다. 자체 엔진정비 역량이 없는 아시아나항공은 15대의 A350 엔진 정비를 싱가폴에 보내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롤스로이스 트렌트XWB 엔진을 정비할 수 있는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예상이 이번 A350 도입 확정과 함께 힘을 받을 전망이다. 대한항공이 롤스로이스 엔진을 직접 정비할 수 있으면 A350은 대한항공의 차세대 주력 기종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대한항공은 350석 규모의 A350-1000 기종을 27대, 300석 규모의 A350-900 기종을 6대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A350-900은 아시아나항공이 15대 보유하고 있으며, 좌석 수는 311개다.
대한항공은 400석 규모의 초대형 기종인 에어버스 A380과 보잉747 20대를 조기 퇴역시킬 예정이다. 그 자리를 300-350명 탑승이 가능한 A350-1000 27대가 맡을 수 있다.
합병이 마무리되고 정비 문제가 해결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15대와 앞으로 추가로 도입되기로 계약한 15대를 합쳐 총 36대의 A350-900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령 20년이 다가오는 노후기종을 대체할 수 있다.
원래 대한항공은 차세대 장거리 대형기로 현재 개발중인 보잉777-X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기종은 개발이 지연되면서 언제 상업비행을 시작할지 불투명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고객사인 대한항공은 에어버스로 갈아타는 모험을 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엔진 때문에 에어버스 차세대 기종 도입을 망설였던 대한항공이 롤스로이스 엔진만 장착되는 에어버스 A350을 도입하기로 했다는 뉴스는 예상 밖이었다. 에어버스는 한국어로 감사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대한항공 도장의 A350-1000 사진을 SNS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