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의 뇌피셜] 르노의 신차 '뉴 그랑 콜레오스‘...화려한 데뷔 속 남은 과제
가격 공개 전 사전예약 7천여 대...사내 홍보영상 논란은 아쉬워
르노코리아의 신차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가 부산모터쇼를 통해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사전예약 대수가 7,135대에 달한다고 르노코리아는 전했다.
공개 후 사전예약 대수 7천대는 많지 않은 숫자라 할 수 있지만, 연비와 가격 등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매 의사를 밝힌 것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숫자다.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는 부산모빌리티쇼 이후 서울 성수에 위치한 플래그십 전시장 ‘르노 성수’를 비롯해, ‘스타필드수원점’, 부산 ‘동래사업소’, ‘대전사업소’ 등 전국 주요 거점에도 7월 8일부터 19일까지 전시된다.
지리그룹 산하 볼보가 개발한 CMA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그랑 콜레오스는 공개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검증된 볼보의 뼈대에 최근 급속 성장하고 있는 중국 지리의 신형 SUV를 기반으로 설계돼 더욱 관심을 모았다.
그랑 콜레오스의 기반이 된 모델은 지리의 중형 SUV인 ‘싱유에 L'로 알려져 있다. 이 모델은 2021년 중국 시장에 출시됐으며, 지난해 말 부분변경을 거쳤다. 중국 내 가격은 우리 돈으로 2600만원~3500만원대로 알려졌다.
그랑 콜레오스의 외관은 원래 모델인 싱유에L과 차별된 것을 볼 수 있다. 차의 모양을 가늠하는 루프라인과 본닛, 리어 테일게이트 등은 비슷하지만 얼굴과 사이드 캐릭터 라인, 리어 쿼터 윈도우 등이 달라지면서 차별화했다. 특히 르노의 디자인 언어가 잘 녹아들어간 앞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인테리어는 원작과 차별화되지 않아 아쉽다. 3개의 디스플레이 스크린과 잘 짜여진 레이아웃은 독특함과 편리함까지 갖췄지만, 인테리어 패널의 대부분을 싱유에L에서 그대로 가져온 듯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 매체에서는 르노 그랑 콜레오스가 ‘중국차 택갈이(Rebadged Chinese)'라는 직설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비꼬는 기사가 나왔다.
르노코리아는 이 차가 지리그룹의 양산차를 베이스로 개발됐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르노코리아는 예전 르노삼성 시절부터 해외의 파트너가 개발해 양산한 차를 다시 손봐 내놓았고, 모두 성공했다. 특히 양산 품질은 오히려 기반이 됐던 해외 모델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중국차 논란이 일기 전에 우리나라에서는 남녀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그랑 콜레오스 공개 직후 사내 홍보영상으로 유튜브에 공개됐던 신차 소개영상이 논란의 대상이 된 것.
이 영상 속에서 신차를 소개하는 홍보담당 직원은 남성 비하를 상징하는 손가락 모양을 반복적으로 노출해 남성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인터넷에서 비판여론이 빗발치자 회사 측은 해당 직원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추가 조사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직원의 의도나 진위여부를 떠나서 새 모델이 나왔는데, 차가 아닌 전혀 다른 이슈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점이 무척 아쉽다. 신차가 나오면 관심이 집중돼 바이럴이 되는데,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가면서 차 본질에 대한 얘기가 희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로라1으로 알려졌던 르노코리아의 신차개발 프로젝트는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다. 신차 그랑 콜레오스의 성공이 르노코리아의 부활을 위한 필수요건이기 때문이다.
중국차 베이스라고 하지만 자동차 자체의 완성도는 높아보였다. 디자인이 잘 됐고, 실내 마감수준도 뛰어났다. 인테리어 디자인만 차별화했으면 완벽했을 것이다.
합산출력 245마력의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이미 중국시장에서 검증을 거쳤다. 뛰어난 연비와 파워를 갖춘 이 파워트레인이 자동차 강국인 한국시장에 등장하면서 사실상 글로벌 시장에 데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거대 자동차기업 지리가 르노코리아에 선뜻 플랫폼과 기술, 개발을 할 베이스 차량까지 제공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각국의 견제로 수출길이 막힌 중국 자동차 업체와 신차가 필요했던 르노코리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중국시장 판매가격인 3천만원대에 이 차가 나온다면 대박급 흥행도 가능할 것이다. 중국 베이스라고 하지만 상품성이 만만치 않고, 티맵내비게이션과 누구 등 한국화된 서비스도 제공되기 때문이다.
이제 이 차가 성공하려면 쓸데없는 논란을 털어내야 한다. 여론은 차갑다. 차에 자신이 있다 하더라도 첫인상이 좋지 않으면 팔기 어렵다. 이미 판매 일선에선 아우성이라고 한다. 계약 의사를 밝혔다가 취소하는 사례가 빗발친다는 것.
직원을 보호하는 것도 회사의 임무겠지만, 논란을 일으킨 직원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회사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다. 어떤 방향이든 빨리 해결하고 차 하나만 가지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