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를 비롯한 수도권 남부 지역 주민들의 허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청계산이 도시 가운데 섬과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청계산: ‘계곡 물이 맑다’라는 뜻을 가진 산으로 서울특별시 서초구와 경기도 과천시, 의왕시 및 성남시에 걸쳐 위치.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관장 이상팔)은 ‘청계산의 야생화 도감 발간사업’을 통해 청계산이 중부지역 유사한 상황에 위치한 비슷한 규모의 산지보다 최대 2배에 달하는 식물다양성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대도시 옆에 위치한 비슷한 규모의 산은 400~500여종의 식물이 서식하는 데 비해 청계산은 2배 수준인 878종이 확인됐다.
또한, 생물자원관은 이번 도감 제작 과정을 통해 청계산에서 한반도 중부지역(높은 산지 제외)에서 자라는 대부분의 식물을 볼 수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청계산에는 변산바람꽃, 삼지구엽초, 수염현오색, 큰앵초, 낙지다리 등 중부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 대부분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한반도에 분포하는 자생식물 중 약 20%에 해당한다.
반면, 이번 사업 과정에서 청계산에 원래 살고 있던 자생종이 감소하고 외국에서 유래된 외래종이나 국내 다른 지역에서 유입·도입된 종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밝혀졌다.
도감 집필진은 청계산 일대의 희귀 자생식물 분포역이 매우 좁아져 일부 종들은 가까운 장래에 청계산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이 도감에서 언급하고 있는 종 이외의 새로운 종들이 발견될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점차 탐방객 수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의도치 않게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고 있고, 임의로 일부 식물을 채취해 나거나 산에 심는 등의 행위도 식물상 파괴를 야기하는 원인이다.
생물자원관은 이번 사업을 통해 청계산 일대에서 볼 수 있는 풀과 나무 878종을 분류학적으로 정리하고 학술적으로 검증해 식물도감 ‘함께 찾아보는 우리나라 풀과 나무’를 발간했다.
이는 생물자원관 유태철 과장(現 국립생태원법인화추진단 기획총괄팀장)이 청계산을 8년에 걸쳐 150회 이상 탐사한 결과를 전북대학교 김철환 교수와 정리한 것이다.
이 도감은 청계산에 자생하는 식물을 크게 양치식물군, 겉씨식물군, 속씨식물군(쌍덕잎식물군), 속씨식물군(외떡잎식물군)의 4개 그룹으로 나누고 141과 481속 778종 12아종 80변종 8품종 등 878종류로 정리했다.
세부내용으로는 각 종의 학명, 세부특징, 유사종, 개화기·결실기, 수형·생활형 등에 대한 설명과 생생한 생태사진을 총 471페이지에 걸쳐 담았다.
생물자원관은 이 도감을 여러 요인에 의한 환경 변화가 예상되는 청계산 일대에서 주요종을 비롯한 각 식물종의 변화상을 파악하고 연구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더 많은 이들이 도감을 통해 청계산의 다양한 식물들을 접하며, 청계산 생태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종을 알아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청계산은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생태계의 연결 축이자 서울을 중심으로 한 도시민의 쉼터”라며 “대도시에 둘러싸인 도시자연공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생물자원관은 지난 해 5월 청계산에서 자생하는 야생화 모바일 앱 출시하고 국민 대상으로 편리하고 쉬운 야생화 안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