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위반행위 9개 확대 특례로 감경·면책 처분
외국 영화를 보면 사이렌을 켜고 달리는 소방차나 경찰차가 신호를 무시하거나 중앙선을 넘나들고, 심하면 불법주차된 차량도 밀고 가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이런 상황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통사고를 내도 운전자에게 부과되는 책임은 거의 없다. 긴급자동차 운전자는 긴급 상황에서 사고를 내도 책임을 물릴 수 없도록 보호해주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긴급자동차 운전자가 신호위반이나 과속 등 법규를 일부 위반해도 단속되지 않았으나, 사고가 났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속도제한, 앞지르기 금지, 끼어들기 금지 등 3가지만 책임을 묻지 않고 나머지 경우에는 일반차량과 마찬가지로 교통사고 특례법에 따라 민형사상 책임을 물었다.
예를 들어 구급차 운전자가 급하게 중앙선을 넘어 달리다 맞은편 차량과 충돌하면 운전자 개인에게도 법적 처벌은 물론 배상 책임까지 물리는 일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긴급차량 운전자들이 적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데에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지난해 민식이법이 통과되면서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는 사고 시 처벌이 두려워 거북이 운전을 해야 할 수밖에 없어 긴급자동차 운전자들은 부담을 느껴왔다고 한다.
앞으로는 이런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12월 통과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신호위반, 안전거리 미확보, 중앙선 침범, 불법 후진·횡단·유턴, 추월위반, 불법주정차, 보도통행, 고장 등 상황발생시 조치 등 9개의 위반행위에 대한 특례를 추가했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업무를 수행하는 경찰·소방·구급·혈액공급용 긴급자동차에 한해 추가된 9개 항목 위반에 의한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과 개인 책임이 면제 또는 제한된다. 어린이 보호구역 사고도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는 조항도 신설됐다. 사설 견인자동차 등은 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소방청과 경찰청 관계자는 “법 개정으로 공무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에 대한 걱정 없이 보다 적극적으로 업무 처리가 가능해져 신속한 출동과 골든타임 확보로 이어져 구급·구난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