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레몬법 이대로 괜찮은가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재호, 조응천 의원이 주최해 정부, 업계 학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토론회는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가 한국형 레몬법 이행 실태와 개선방안을 주제로 기조발언을 했습니다.
이어서 정준호 변호사, 이정기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 사무국장, 김준기 KAMA 자동차안전실장, 윤진환 국토부 자동차정책과장, 최영석 차지인 대표가 각자의 주제를 가지고 패널토론을 했고, 청중들도 참여하는 질의응답을 끝으로 토론회가 마감됐습니다.
주제발표를 한 이호근 교수는 올해 시작된 한국형 레몬법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제조사에 대한 처벌규정 미비, 6개월 미만 신차 위주의 보호조항, 비전문가인 소비자가 하자를 입증해야 하는 불합리함, 중재위원 선발의 공정성, 분쟁해결 중 소송 불가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독소조항을 지적했는데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다 소비자 편에 서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절차나 조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호근 교수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어봤습니다.
법조계를 대표해 나온 정준호 법무법인 평우 대표 변호사는 법적으로 하자의 추정 및 기간, 중재신청 절차 등이 소비자에게 다소 불리한 부분이 있으며, 제조사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리는 제조물 책임법과는 달리 이런 수단이 없는 한국형 레몬법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레몬법에 따라 자동차 교환 및 환불을 중재해주는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를 대표해 발표를 한 이정기 사무국장은 차를 계약할 때 서면계약 상에 교환환불 요건 등을 명시하게 하는 규정, 전산 시스템 구축, 자동차 안전 및 하자관리 시스템 구축을 통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김준기 자동차실장은 레몬법의 핵심인 교환환불 중재제도를 자세히 설명했는데요.
올해부터 시작된 제도라 아직 사례가 축적되지 않았고, 재판 수준의 효력을 가진 이 제도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가 필요하며, 현재 국토부 자동차안전심의위 한 곳에서 교환환불과 리콜결정을 하고 있어 분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또한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현재 공정위가 진행하는 조정제도와 새로 생긴 중재제도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토부 윤진환 과장은 현재 시행 중인 중재제도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제조사의 참여를 강제할 수 없는 한계를 인정했습니다. 중재가 나면 제조사는 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현 규정 상 제조사에게 1심만 허용되는 이 제도 참여를 강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건데요.
해외 사례에서도 참여를 강제하고 있지 않거나, 참여를 강제하면 재심 청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자동차 전문가인 최영석 차지인 대표는 미국의 레몬법 사례와 국내 자동차 제조사 및 수입사들의 품질 이슈를 중점적으로 설명하면서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했는데요
복잡하게 얽혀있는 레몬법의 세부지침을 객관식 문제 수준으로 단순화하고, 중재 결정을 한 기관이 아닌 정부·민간, 아니면 정부 내 여러 기관이 함께 하도록 하며, 정부기관이 무분별한 형사고발로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을 막고, 레몬법에 의해 차량을 교체할 때 취등록세 등 등록비용을 2중으로 지불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유토론 시간에 중재위 위원 선정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에 국토부 윤진환 과장은 감사원 지적이 있었으나 현행법상 규정에 따라 선정하고 있으며, 중재심리는 비공개가 원칙이지만 민감한 사항은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자동차 제조사들이 브랜드 이미지와 여론 때문에 중재위원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지난 주 레몬법 수용을 밝혔던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큰 돈 들여 구입한 자동차가 수리가 안 되면 새차로 바꿔주거나 환불해 주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런데 그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었습니다.
올해 시작된 레몬법이 소비자를 보호하는 지킴이가 되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없어지길 바라겠습니다.
교통뉴스 민준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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