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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우린 미쳤다’...차에 미친 사람들이 만든 전기차 아이오닉 5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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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우린 미쳤다’...차에 미친 사람들이 만든 전기차 아이오닉 5 N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3.09.14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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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가 매니아를 설레게 할 수 있는 비결은?
현대자동차가 개발 엔지니어들을 출동시켜 아이오닉 5 N을 자세히 소개했다.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개발 엔지니어들을 출동시켜 아이오닉 5 N을 자세히 소개했다.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첫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의 시승행사에 앞서, 이 차에 적용된 각종 기술을 자세히 소개하는 ‘아이오닉 5 N 테크 데이’를 개최했다.

현대자동차는 아이오닉 5 N의 내외관을 공개하는 행사를 이미 개최한 바 있다. 이 때 몇 가지의 신기술을 소개하면서 고성능 전기차의 이모저모를 보여줬다. 그러나 세부적인 디테일은 알려주지 않았다. ‘타보면 압니다’가 현장에 나온 엔지니어들의 대답이었다.

14일 열린 테크데이에서 이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현대차 N브랜드매니지먼트실장 박준우 상무가 아이오믹 5 N의 모든 것을 공개했다. 그의 뒤에는 11명의 열정에 찬 엔지니어들이 있었다.

박준우 상무의 프리젠테이션 스타일은 예전 현대자동차 발표회에 나왔던 연사들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전문 스크립터들의 정제된 표현보다는, 몸을 던져 밤을 새가며 개발에 매달렸던 엔지니어의 자랑에 가까웠다. 발표 내내 박 상무와 엔지니어들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다.

프리젠테이션을 이끈 현대차 박준우 상무. 사진=민준식
프리젠테이션을 이끈 현대차 박준우 상무. 사진=민준식

그들의 자랑은 뉘르부르크링을 얼마나 빠른 시간에 주파했는가가 아니었다. 개발팀은 배터리 내구성 때문에 긴 시간 빨리 달리는 것이 쉽지 않은 전기차의 단점을 해결한 첫 양산차라는 데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박준우 상무는 “1천마력 이상을 내는 전기차는 흔하지만, 21km에 달하는 뉘르 노스 서킷을 두 바퀴 이상 풀악셀, 풀브레이킹으로 주파할 수 있는 양산 전기차는 없었다”고 말했다. 아이오닉 5 N이 등장하기 전에는.

와인딩 주행과 서킷 공략을 즐기는 ‘환자’들에게 무거운 자동차는 관심 밖이다. 차가 무거울수록 거동이 둔하고 컨트롤이 어렵기 때문이다. 뉘르부르크링에서는 경량 스포츠카가 작고 힘이 약한 엔진을 얹고도 8기통이 넘어가는 대형 스포츠카를 어렵지 않게 추월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아이오닉 5 N은 몸무게가 2.2톤에 달하는 거구다. 출력은 650마력, 최대토크는 78.5kg-m에 달하니 힘이 부족하지는 않을 터. 그러나 대형 SUV에 버금가는 무게로 뉘르부르크링의 300m 고저차와 굽이길 21km를 지치지 않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조금만 힘을 써도 배터리 온도가 급상승하면서 출력이 줄어드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다양한 기술과 특화파츠가 공개됐다. 사진=현대자동차
다양한 기술과 특화파츠가 공개됐다. 사진=현대자동차

엔지니어들의 해법은 ▲4세대 고전압 배터리 셀 및 시스템 ▲N 배터리 프리컨디셔닝(N Battery Preconditioning, NBP) ▲N 레이스(N Race) ▲N 브레이크 리젠(N Brake Regen), 날카로운 코너링을 위한 ▲N 특화 차체∙샤시 ▲N 페달(N Pedal) 등이다.

이날 먼저 소개된 기술은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다. 아이오닉 5 N에 최초로 탑재된 4세대 고전압 배터리 셀은 고용량 신규 소재 적용과 배터리 셀 설계 및 공정 최적화를 통해 에너지 밀도가 8.4% 향상됐다. 급속충전 성능도 개선됐고 내구성이 개선됐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은 순간적인 전기공급은 물론 더 많은 전류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급속충전 제어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극한의 서킷주행에서 필수인 제동력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회생제동 성능도 극대화됐다. 또한, OTA를 통한 지속적인 업데이트, 실시간 안전진단 등 배터리 열관리가 개선됐다.

BMS의 구조가 간단해지면서 물리적인 냉각 시스템도 개선됐다. 배터리 셀과 냉각 채널 간의 열 전달 경로를 줄여 냉각 성능을 강화하고, 배터리 셀과 냉각 채널 사이에 적용된 방열 소재의 열전도도를 높여 방열 성능을 향상시켰다.

N 배터리 프리컨디셔닝은 주행 시작 전에 적합한 온도로 배터리를 냉각하거나 예열해 최적의 주행 조건을 제공하는 기능으로 단시간에 최대 출력을 내기 위한 ‘드래그 모드’와 장시간 고부하 주행을 위한 ‘트랙 모드’ 등 두 가지의 모드가 있다.

드래그모드에서는 배터리 온도를 최대 가속을 위한 적정 온도인 30~40도 사이로 조절하며 최대출력을 낼 수 있는 온도로, 트랙 모드는 온도를 20~30도로 유지하면서 충전과 트랙 주행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충전 속도를 조절해 배터리 온도 상승을 최소화함으로써 빠른 시간 내에 주행을 다시 이어갈 수 있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서 아이오닉 5 N은 트랙모드로 21km의 뉘르부르크링 서킷 두 바퀴를 돌았는데, 배터리 온도는 40도 이내를 유지했고 배터리는 절반 정도 소모했다.

N 브레이크 리젠은 세계 최초로 최대 0.6G의 회생제동력을 낼 수 있다. 이는 공도주행을 하면서 급제동을 하는 정도의 제동력이다. 이렇듯 회생제동 어시스트가 강하면 기존 마찰 브레이크 시스템에 가해지는 부하를 줄일 수 있다. 극한의 서킷주행에서 브레이크가 과열돼 제동이 안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박준우 상무는 강한 회생제동을 통해 급속 충전이 되면서 배터리 온도가 오히려 낮아지는 순기능도 얻을 수 있었다고 개발 에피소드를 전했다. 아무도 안 해본 기술을 적용하면서 전기차가 더욱 잘 달릴 수 있는 노하우도 얻을 수 있었다는 것.

현대 N 브랜드 차량의 모토는 ‘코너링 악동(Cornering Rascal)'이다. 코너에서 차를 밀어붙이며 돌아나가도 차가 밀리면서 회전반경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안으로 파고드는 주행특성 얘기다. 내연기관 N 모델은 스포츠 주행에 절대 불리한 전륜구동 차량으로 이게 가능했다.

전기차 N은 이런 짜릿한 드라이빙 감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구현했다. 먼저 차체 보강이 곳곳에 이뤄졌다. 그러면서 무게 증가는 최소화했다.

전륜 서브프레임은 차체와 체결되는 부위가 대폭 보강됐다. 특히 코너링을 할 때 무게가 실리는 부위를 보강해 전륜 횡강성이 15% 늘어났다. 후륜 역시 크로스멤버와 서스펜션 암을 보강해 횡강성이 16% 개선됐다. 이 덕분에 노면소음이 덜 전달되는 효과도 얻었다.

전체적인 차체강성 보강을 위해 후륜 휠하우스 안쪽에 L자 모양의 지지대를 덧대 이미 튼튼한 아이오닉 5에 비해 비틀림 강성도 11%나 증가했다. 차체가 단단해지면 주행성능은 더욱 나아진다.

여기에 내연기관 N 모델에도 적용됐던 토크벡터링 기능이 고도화됐다. ‘토크 벡터링 2세대 플러스(TVC Gen2 Plus)’는 다가오는 상황을 미리 예측해 디퍼렌셜 내부에 장착된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LSD)를 제어해 각 바퀴의 구동력을 정밀 제어한다.

여기에 강력하고 정교하게 제어되는 회생제동이 더해지면서 연속되는 코너링 구간에서 민첩하고 안전하게 돌아나간다. 이날 소개된 또 하나의 특화기술인 N 페달 기능이다.

N 페달을 사용하면 회생제동이 극대화되면서 빠르게 차체의 하중을 이동시킬 수 있다. 레이싱 중 갑자기 왼발로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무게를 앞으로 쏠리게 했다가 가속페달을 밟아 뒤로 보내는 테크닉이 있다. 이를 통해 하중을 옮기면서 거동 특성을 바꾸는 고급 레이싱 테크닉이다. N 페달은 이를 가능케 해 연속되는 선회거동이 필요한 시케인 구간을 더욱 빠르게 갈 수 있도록 돕는다.

1단계에서 3단계까지 선택할 수 있는 N 페달은 단계에 따라 더욱 빠르고 민첩한 코너 주행이 가능하며, 기존의 i-페달(i-Pedal)에 비해 한층 강력한 회생제동과 빠른 모터 응답성을 제공한다. 다만 이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않으면 차가 안으로 파고들면서 오히려 코스를 이탈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더 빠르게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는 기술에 ‘감성’ 기술도 더해졌다. 고성능 내연기관 차량에서 느낄 수 있는 기어변속을 모사한 것이다. 여기에 아반떼 N의 내연기관 사운드, 전기차 RN22e와 N 2025 그란투리스모의 사운드, 제트기 소리를 모사한 슈퍼소닉 모드 등 3가지 사운드도 제동한다.

이런 사운드에 더해 기어가 바뀔 때 울컥거리는 충격을 모터 제어를 통해 구현했다고 한다. 또한 기어가 바뀔 때 들리는 특유의 배기음과 팝콘 터지는 사운드까지 넣었다. 안에서만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차량 앞뒤에 각각 외장 스피커를 설치해 밖에서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행사 말미에 뉘르부르크링 랩타임 기록이 있냐는 질문에 박준우 상무는 이렇게 답했다.

“누가 이걸 끌고 뉘르에서 달려줬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시험차로 달리면 조작이네 마네 말이 나올 텐데, 이걸 검증된 전문지나 전문가가 판매되는 양산모델을 가지고 거길 끌고 들어가 달려서 기록을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박준우 상무와 엔지니어들은 차 만들기에 진심으로 보였다. 사진=민준식
박준우 상무와 엔지니어들은 차 만들기에 진심으로 보였다. 사진=민준식

이쯤 되면 미쳤다고 할만하다. 이날 나온 12명의 엔지니어들은 비록 준비된 대본을 바탕으로 정제된 톤의 언어로 아이오닉 5 N을 소개했지만, 그들의 눈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미쳤습니다. 그리고 미친 듯이 이놈을 만들었습니다. 기대하셔도 됩니다!”

평생 내연기관 고성능차를 동경하고, 8기통 10기통 12기통을 외치던 기자가 전기차에 이렇게 가슴이 뛸 줄은 몰랐다. 아이오닉 5 N의 시승 행사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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