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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멈추면 물류가 멈춘다’…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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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멈추면 물류가 멈춘다’…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르포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3.12.0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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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연료전지에 올인한 임만규 공장장의 미래 상용차 비전
친환경 마을버스와 수소연료전지 트럭을 생산 중인 현대차 전주공장 파일럿 공장. 사진=현대자동차
친환경 마을버스와 수소연료전지 트럭을 생산 중인 현대차 전주공장 파일럿 공장.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는 국내외 여러 곳에 공장을 두고 있다. 그 중 트럭과 버스를 만드는 상용차 공장은 전주에 있다. 전북 완주군 봉동읍 완주산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은 현대차의 글로벌 상용차 제조기지로서 세계 최대의 상용차 생산공장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트럭 제조시설이기도 하다.

지난 1일 이곳을 찾았다.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버스와 트럭의 상당수가 이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끝이 보이지 않는 평지에 넓게 이어진 거대한 건물군 속에서, 현대차 관계자는 비교적 작은 공장동으로 기자단을 안내했다.

먼저 둘러본 곳은 ‘파일럿(Pilot) 공장’이다. 시험생산을 뜻하는 파일럿이라는 명칭이 들어간 소규모 공장이다. 바로 이 곳에서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이 생산되고 있다. 2020년 스위스 수출을 시작으로 국내 물류업체에도 지난해부터 공급이 시작됐고, 현재 130여대가 팔렸다.

엑시언트 퓨얼셀 트럭은 90kW 용량의 수소연료전지 2개와 72kWh의 배터리팩을 갖추고 350kW 출력의 모터와 6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구동하는 전기구동 트럭이다. 연료전지가 가동하면서 실시간으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배터리에서 연료전기 용량 이상의 출력을 끌어내 구동에 활용한다.

전주공장에서 생산되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사진=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생산되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사진=현대자동차

스위스에서 3년간 운용 중인 수소트럭은 한계수명이 있다는 취약점으로 우려를 했던 연료전지스택이 말썽을 일으키지 않고 30만km가 넘도록 잘 작동하고 있다고 한다. 반복적인 가혹주행 상황에서 현행 수소연료전지의 수명은 약 10만 마일(16만km)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소트럭과 함께 아담한 공장 내의 또 다른 라인에서는 9미터 길이의 중형 마을버스가 생산되고 있었다. 이들은 배터리를 지붕에 얹은 전기버스다. 친환경 버스를 마을버스 등 더 작은 버스에도 확대한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현대차도 이 급의 버스 생산에 돌입했다. 전기버스 시장은 낮은 가격과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산 저기 전기버스가 빠르게 시장은 선점한 상태다.

시험차 생산에 주력하는 임무를 맡은 파일럿 공장에서 양산차를 생산하는 이유는 규모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수소트럭의 경우 생산량이 워낙 적어 본격적인 라인을 구축하고 생산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마을버스의 경우 수요가 빠르게 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곧 정식 라인에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흥미롭던 공장 투어를 마치고, 이 공장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는 중요한 인물을 만났다. 현대자동차 전주 공장장 임만규 전무다. 청주기계공고과 금오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임만규 전무는 평생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다. 특히 1995년부터 2013년까지 전주공장에서 근무한 ‘상용맨’이기도 하다.

임만규 전주공장장은 상용차 생산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엔지니어다. 사진=현대자동차
임만규 전주공장장은 상용차 생산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엔지니어다. 사진=현대자동차

그는 상용차 공장에 근무하면서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공부했다. 지난 2008년 전주대학교에서 연료전지 석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상용차 엔지니어이면서 수소차 전문가인 그를 만나보았다.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그가 내뱉은 첫 마디는 “상용차는 고객의 생계수단이다. 상용차가 멈추면 고객이 멈추고, 나라의 물류가 멈춘다”였다. 그러면서 의외의 이야기를 했다. 전주공장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산 경쟁차 판매가 늘어난 것이 주 원인이라고 한다.

실제 국산 상용차 시장은 계속 줄어들어왔다. 특히 대형트럭이나 특장차 부문은 볼보, 스카니아, MAN, 벤츠 등 유럽 제조사들이 시장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 연비와 성능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전기버스 시장은 중국산 버스의 저가공세가 뼈아프다. 보조금이 없어도 국산차량보다 저렴한 가격이 무기였다.

전문가의 해법이 궁금했다. 임 전무의 해법은 정부의 보조금 지원도, 중국산 저가공세 차단도 아니었다. 자체 경쟁력 확보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답이었다.

임 전무에 따르면 상용시장은 레드오션이라고 한다. 경쟁이 치열하고,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는 것이다. 레드오션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독보적인 경쟁력이다. 임 전무가 말하는 현대차의 경쟁력은 수소연료전지 기술이다. 충전인프라 문제로 승용시장은 보급이 주춤하지만, 충전이 빠르고 먼 거리를 갈 수 있는 수소기술은 상용차 시장에 딱이다.

남의 기술을 빠르게 따라 하는 패스트 팔로워가 돼 자리를 잡은 현대차가 앞으로 살아남을 길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는 퍼스트 무버라는 말은 최고경영자인 정의선 회장도 언급했던 바 있다. 임 전무는 수소연료전지 기술이 현대차를 퍼스트 무버로 만들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도 정부의 도움이 있어야 하지 않냐는 집요한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임 전무는 “누구를 막아 도움을 주면 특혜나 무역분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건 사용자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과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차를 공급할 수 있는 산업 표준을 정확하게 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공법이다.

임 전무는 현재 4억원을 넘는 정부 보조금이 필요 없어도 시장가격에 근접할 정도로 가격이 떨어져야 한다고도 했다. 국민 세금으로 비싼 제품을 살 수 있도록 하면 시장 경쟁력은 물론 생산자의 원가 경쟁력도 높일 수 없기 때문이다. 임 전무는 모두가 타성에 젖은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의 사람 다루기 생각이 궁금했다. 임 전무는 조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하고자 하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했다. 남이 시킨 일을 하면 본전을 지키는 정도가 되지만, 스스로 목표를 설정해 성취하면 그 조직이 활기를 띄게 된다는 것이다.

임 전무는 전주공장의 성공이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기반이 크지 않는 전북지역에서 전주공장은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주공장이 성장하면 지역의 고용안정과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

전주공장은 훌륭한 책임자의 리더십 아래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사진=민준식
전주공장은 훌륭한 책임자의 리더십 아래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사진=민준식

무슨 무슨 ‘장이’라는 우리말이 있다. 대장장이, 목수장이라는 예전의 기술자들을 지칭하는 ‘장인’이라는 한자어를 우리말로 표현하는 단어인데, 사람의 성향을 뜻하는 ‘쟁이’와도 혼동되기도 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목수쟁이, 미쟁이, 도배쟁이 등 편한 표현을 쓴다.

임만규 전무는 30년이 넘는 현장 경험이 쌓인 ‘장이’요 예술가였다. 그리고 비즈니스를 이끌어가야 하는 리더십을 갖춘 경영자였다. 얕은 꾀를 쓰는 꼼수를 부리지 않고, 사람들이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 줄 아는 그는 최근 잘 나가고 있는 현대차동차의 원동력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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