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16일(화)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파이팩토리에서 ‘더 기아 EV3 테크 데이(The Kia EV3 Tech Day)’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기아는 ‘원페달 드라이브’ 기능을 갖춘 아이 페달 3.0, 스마트 회생 시스템, 더욱 작아진 공조 시스템, 차세대 열관리 시스템, 전원 제어, 공력설계, 4세대 배터리, 승차감과 핸들링 설계, 진동소음 억제 설계 기술을 공개했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차를 세울 수 있는 아이 페달은 더욱 진화했다. 먼저 가장 강한 제동력만 제공됐던 기존 시스템에서 제동 강도를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후진 주차 시에도 이 기능이 활성화되도록 했다.
후진 시 아이 페달 기능은 운전자의 취향에 맞게 차량 설정에서 켜고 끌 수 있다. 기능을 끄면 기존과 동일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활용해 가다서다가 되며, 전진으로 변속 후 시속 20km 이상으로 가속 시 다시 아이 페달 기능이 활성화된다.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특징인 스마트 회생 시스템도 진화했다. 앞 차와의 거리에 맞게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주던 기존 시스템이 차간 거리를 조절할 수 있도록 바뀌었으며, 완전히 정차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여기에 과속 카메라 정보만 활용했던 기존 시스템에 비해 다양한 내비게이션 기반 정보를 활용해 과속 카메라, 좌/우회전, 커브길, 속도제한, 방지턱, 회전교차로 등 여러 상황에서 자동으로 감속한다.
실내공간을 많이 잡아먹던 공조 시스템도 개선됐다. 기아가 개발한 ‘THIN HVAC’은 공조 시스템 내부의 열교환기 배치를 세로형에서 가로 적층형으로 바꾸고 공조 시스템 내부 도어의 구동 방식을 기존 회전식에서 슬라이딩식으로 변경해 크기를 크게 줄였다. 또한 센터콘솔 등 실내공간을 잡아먹던 공기 통로를 엔진룸(PE룸)쪽으로 옮겨 부피를 줄였다.
이를 통해 기존 공조 시스템 대비 상하 크기를 33% 줄여 대시보드 모듈 하단부로 공조 시스템이 노출되는 영역을 최소화하고 승객 발 거주 공간을 동승석 기준 6cm 더 넓혔다. 뿐만 아니라 내부 공기 유로를 단순화해 풍량은 증가시키고 소음과 전력소비는 낮췄다.
차세대 열관리 시스템은 냉각수 멀티 밸브를 적용해 냉각수 관련 부품들을 하나로 모듈화하고 냉매 분배 패널을 적용해 냉매 관련 부품들도 하나로 모듈화 함으로써 부품 수를 44% 줄이고 중량도 4.5% 절감했다.
겨울철 배터리 소모를 줄여주는 필수품인 히트펌프의 성능과 효율성도 개선됐다. 히트펌프는 여름철 에어컨 시스템이 공기 중으로 열을 방출해 냉각시키는 원리를 역으로 활용해 공기 중 열을 흡수해 가열하는 장치다.
핵심 장치인 히트펌프는 세계 최초로 모터와 구동계, 배터리에서 나오는 열과 바깥 공기에서 흡수한 열(외기 열원)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을 취했다. 기존에는 외기 열원 또는 내부 열원 중 하나만 쓸 수 있었다.
차세대 열관리 시스템은 외부 공기의 열과 모터, 배터리의 폐열을 동시에 활용함으로써 히트펌프의 성능을 극대화해 더욱 우수한 난방 성능을 확보하고, 겨울철 낮은 기온으로 인한 전비 감소도 최소화했다.
기아는 EV3에 새로운 전원제어를 도입했다. 시동을 걸지 않아도 각종 전기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유틸리티 모드를 추가한 것.
기존 ‘OFF – ACC - IGN – READY(시동이 걸린 상태)’의 4단계로 이루어졌던 전기차 전원 제어 구성을 ‘OFF – POWER ON – READY’의 3단계로 단순화하면서 고전압 배터리를 READY 상태뿐만 아니라 POWER ON 상태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시동 버튼을 1회 누르면 전기는 사용 가능하고 주행은 불가능한 POWER ON 상태로 진입할 수 있으며, 고전압 배터리를 활용해 냉ᆞ난방 공조, 실내 V2L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기존 READY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던 유틸리티 모드를 POWER ON 상태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퀵 컨트롤 메뉴에 유틸리티 모드를 추가하는 등 모드 진입 시 편의성을 개선했으며, 배터리 충전 또는 실외 V2L 사용 시에도 유틸리티 모드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전기차에 필수인 주행거리 관리도 고도화됐다. 특히 운전자가 다양한 운전습관에 따라 가능한 주행거리를 볼 수 있도록 ‘주행 가능 거리 가이드’가 추가됐다.
주행 가능 거리 가이드는 기존에 표시되던 과거 주행 전비를 기반으로 계산된 주행 가능 거리 외에도 운전 스타일에 따라 도달할 수 있는 최대/최소 주행 가능 거리를 추가로 클러스터에 표시해준다.
또한 전비에 도움이 되는 운전을 할 경우 최대 주행가능 거리 쪽으로 초록색 게이지가 채워지며 주행 가능 거리 이득량이 표시되고, 반대의 경우 최소 주행 가능 거리 방향으로 주황색 게이지가 채워지며 주행 가능 거리 악화량이 표시되는 등 운전자의 전비 운전 수준을 실시간으로 클러스터에 나타내준다.
이를 통해 운전자의 운전 습관이 전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즉각적으로 알려줘 운전자가 새로운 운전의 재미를 느끼는 것은 물론, 전비에 도움이 되는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드웨어 측면에선 공력성능을 강화했다. EV3의 공기저항 계수는 0.27로 동급 최고 수준이다. 기아는 이를 위해 다양한 공력설계를 적용했다.
먼저 ▲헤드램프 및 전면 범퍼 곡률 개선 ▲휠 갭 리듀서 적용 ▲전ᆞ후륜 휠 아치 후방 곡률 증대 ▲휠 형상 최적화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디자인 및 각도 개선 등이 이루어졌다.
또한 루프 스포일러의 각도를 낮춰 차량 후면부에서 날 수 있는 와류를 최대한 차에서 멀리 떨어지도록 했으며, 차체가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보트테일’ 형상을 적용해 저항을 줄였다.
이외에도 현대차그룹 최초로 적용하는 사이드 실 언더커버를 비롯, 총 8종의 부품을 차체 하부에 적용해 바닥을 덮는 면적을 79.1%로 늘리고 전면 언더커버에서 후면 언더커버를 지나 후면 범퍼 하단까지 이어지도록 3D 형상을 적용함으로써 최적화된 공기 흐름을 구현했다.
여기에 81.4kWh에 달하는 대용량 배터리가 적용돼 최대 주행거리 501km 인증을 받았다. EV3에 탑재된 4세대 배터리는 셀 단위의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켜 동일한 400V 시스템이 탑재된 니로 EV 대비 약 22%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췄다.
다른 E-GMP 플랫폼 차량과는 달리 400볼트 아키텍처를 적용해 원가를 낮추고 시스템 안정성도 높였다는 설명도 있었다. 대용량 배터리를 적용했음에도 기존 니로 EV에 비해 80% 급속충전 시간이 12분 단축된 31분이다.
기아는 작아진 차체 때문에 취약해질 수 있는 NVH 대책도 꼼꼼히 마련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노면소음을 억제하기 위해 차체 곳곳을 보강했다.
먼저 전륜과 후륜 크로스 멤버에는 강화된 멤버 스테이 브라켓을 적용해 진동을 분산시켰다. 후륜 멤버에는 무거운 진동 추인 다이내믹 댐퍼를 추가해 진동소음을 상쇄했다. 또한 크로스멤버와 차체 사이에 적용되는 멤버부싱 특성을 개선했다.
이밖에 카울 강성을 키우고, 얇은 루프패널에 가볍고 튼튼한 골판지 패드를 덧대 보강했고, 후륜 휠하우스 강성, 후륜 크로스멤버 마운트 강성 등을 강화했다. 이렇게 차체강성을 강화하면 차체로 전달되는 진동소음을 흡수해 소음이 줄어든다.
강화된 차체에 차폐감을 보강하기 위해 바닥 흡차음재를 기존 카페트에 부착되던 방식에서 따로 떨어져 먼저 바닥에 깔리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럼으로써 흡차음재 부착 면적이 더욱 넓어져 소음 차단 효과를 늘렸다.
바퀴 소음이 크게 들리는 뒷바퀴 소음 억제를 위해 현대차그룹 최초로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천공 흡차음백을 차량 후측면에 적용했다.
이외에도 후륜 휠가드 내부에 중공사 흡음재를 적용해 우수한 수준의 흡차음 성능을 확보하면서도 흡음 패드가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방지해 내구성을 높였으며, 이중으로 구성된 유리 사이에 차음 필름층이 삽입된 이중 접합 차음 유리를 적용해 풍절음을 줄였다.
구동모터 소음을 줄이기 위해 구동모터에도 흡차음 커버가 장착됐으며, 구동모터 케이스 구조를 보강해 강성을 높였다.
승차감과 핸들링 개선을 위해 주파수감응형 댐퍼를 개선했고, 차체 뒷부분에 L자 브라켓을 덧대 차체강성을 놓였다.
새로운 3세대 주파수감응형 댐퍼는 아래위 진동수가 빠를 때 감쇠력을 줄여 바퀴가 상하로 잘 움직이게 함으로써 충격을 흡수해준다. 진동수가 느릴 때는 감쇠력을 강하게 해 불필요한 출렁거림을 억제해 주행안정성을 높인다.
전륜 로우암에는 진동흡수력이 10배 이상인 하이드로 부시를 적용했다. 하이드로 부시는 강한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해 기분 나쁜 진동을 억제하며, 노면소음 전달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기아는 이날 EV3 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원들을 모두 불러 차의 기술적인 이모저모를 한 시간 넘게 설명했다. 복잡하고 많은 내용들이 나왔는데, 그 지향점은 하나였다. 편안하고 조용하면서 효율이 높은 작은 전기차. 우리나라에 흔치 않은 ‘작고 좋은 차’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