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에서 올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BMW가 아니었다. 수입차 시장 1위는 1만 41대가 팔려나간 테슬라 모델 Y였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의 자동차 판매량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상반기 17,380대를 판매하며 사상 최다 판매 실적을 올렸다. 수입차 업계 순위로는 BMW와 벤츠에 이어 3위로, 지난해 3,732대 판매량에 비하면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누적 3만대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의 라인업은 간단하다. 세단형인 모델 3와 모델 S, SUV 형태인 모델 Y와 모델 X 단 네 가지 뿐. 테슬라는 올 상반기 판매량의 98%를 모델 Y와 모델 3 두 가지 모델로 달성했다.
특히 모델 Y가 대박을 쳤다. 모델 Y는 중국산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장착하고 중국 현지에서 조립해 가격을 크게 낮춘 RWD 모델이 9,407대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거부감도 판매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디자인이 바뀐 모델 3 역시 7,206대 판매고를 기록했다. 모델 3는 4륜구동 롱레인지 모델이 4,359대 팔리며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모델 3는 바뀐 얼굴과 개선된 승차감으로 고객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전기차 시장만 놓고 본다면 수입·국산 막론하고 부동의 1위다. 테슬라는 국내 전기차 시장 판매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기아와 현대가 이었다. ‘전기차 케즘’이라는 신조어로 설명되는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의 부진을 무색하게 하는 트렌드다.
테슬라가 국내 전기차 시장을 석권하게 된 이유는 가격 경쟁력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메이드 인 차이나’를 감수하고도 과감히 베팅한 중국산 모델 Y의 도입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중국산 LFP 배터리를 장착하고 중국에서 생산된 모델 Y RWD는 최대출력 220kW(299마력), 복합 주행거리 350km의 준수한 성능을 내는데 가격은 종전 대비 2천만원 가까이 내린 5,299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테슬라는 대부분의 선택사양을 추후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선택할 수 있고, 일시불이 아닌 구독을 통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 비슷한 사양의 국산 전기차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밀리지 않는다. 여기에 검증된 테슬라 전기차의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많은 주문을 받았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 브랜드의 주 구매층은 3-40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3-40대 구매자의 비율이 78.1%에 달하며 그 중 80%는 남성이다.
자동차, 특히 전기차에 관심이 많은 얼리어댑터들에게 테슬라는 항상 매력적인 선택지였는데, 가격과 추기 조립품질 이슈가 항상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들쑥날쑥한 물량 공급도 판매량 확대에는 걸림돌이었다.
중국산 모델 Y가 처음 공개됐을 때, 초기 품질과 실내 마감이 미국산보다 낫다는 얘기가 있었다. 지난 수십 년간 해외 제조사들의 생산공장을 유치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생산품질 향상에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대폭 낮아진 가격에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까지 퍼지면서 모델 Y RWD의 판매는 날개를 달았다. 수입 전기차임에도 국내 전기차 판매량 1위를 달성한 비결이다.
물건만 잘 들여오면 잘 팔린다는 것을 증명한 테슬라는 이미 지난 2021년, 17,828대를 판매하면서 수입차 시장의 강자임을 보여줬다. 이후 늘쑥날쑥한 물량 배정 때문에 판매량이 널뛰기를 했지만, 중국산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되면서 올해 판매량이 크게 늘어났다.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의 반등이 침체에 빠진 국내 전기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