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박현수 / 글: 민준식] 직접 시승을 한 박현수 기자의 리뷰를 민준식 기자가 글로 정리한 시승기입니다.
KGM 액티언이 모습을 드러냈다. KGM은 인기모델 토레스의 쿠페형 모델을 개발한다고 밝힌 바 있고, 이번에 출시되면서 차명을 액티언으로 지었다.
액티언은 KG 모빌리티의 전신이었던 쌍용자동차가 지난 2005년 개발한 쿠페형 SUV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세계 최초로 후면부가 쿠페처럼 낮아지는 디자인을 적용했는데, 이는 유럽 고급 브랜드들이 앞 다퉈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액티언은 쿠페형 SUV의 원조가 됐다.
쿠페형 SUV 디자인을 재정립한 신형 액티언
신형 액티언은 인기모델 토레스를 기반으로 만든 쿠페형 모델이다. 쿠페형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기존 모델처럼 지붕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 전체적으로 차 높이가 낮고 길게 이어지는 날렵한 모습이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날렵한 디자인으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벨라의 그것과 비슷하다. 차량 후면부를 늘려 비례감이 흐트러지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은 실물을 보니 사라졌다. 덩어리를 부각시키는 볼륨감이 잘 표현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몸매가 날렵해 보였다.
이제는 익숙해진 KGM의 얼굴에는 건곤감리 패턴의 LED 데이라이트가 자리한다. 태극기의 ‘건곤감리’ 4괘을 이용한 이 디자인은 한국의 미와 미래 모빌리티의 이미지를 잘 섞은 모습이다.
실내는 네모난 모양의 더블 D컷 스티어링과 두 개의 12.3인치 스크린이 연결된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특징이다. 센터페시아는 스위치가 사라져 깔끔해졌다. 대부분의 컨트롤은 스크린을 통해 이뤄지는데, 중요한 기능은 스티어링휠에 있는 물리 스위치가 담당해 직관적인 컨트롤을 제공한다.
앞좌석 사이에 위치한 센터콘솔은 떠있는 타입이다. 기어 셀렉터와 컵홀더가 있는 콘솔 아래는 뚫려있으며, 이 공간에 다양한 아이템을 수납할 수 있다. 그 뒤로는 폐쇄형 수납공간도 자리한다.
실내마감재와 조림품질은 최고 수준이다. 시트를 감싼 가죽은 부드러우면서 미끄럽지 않게 승객을 감싸주며, 패널 상단부에는 박음질 장식이 된 인조가죽 마감으로 고급감을 더했다.
KGM의 다운사이징 파워트레인
액티언의 파워트레인은 1.5 터보 가솔린 엔진과 3세대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1.5 터보엔진은 KGM의 전륜구동 기반 모델에 모두 탑재된다. 최고출력은 170마력, 최대토크는 28.6kg-m로 넉넉하다.
KGM은 출발 시 가속성능을 10% 향상시켰고, 실 운행 영역인 60~120km/h에서의 가속성능도 5% 개선했다고 밝혔다. 실제 운행을 해보니 같은 파워트레인이 탑재된 기존 토레스나 코란도, 티볼리에 비해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주행성능과 승차감, NVH
가벼워진 몸놀림의 비결에는 3세대 아이신 변속기도 한 몫을 했다. 이 변속기는 다른 글로벌 메이커에 탑재된 변속기와 비슷하게 움직이기만 하면 바로 엔진과 구동계가 직결됨을 알 수 있었다. 토크컨버터에 내장된 클러치가 바로 직결되면서 항상 미끄러짐 없는 동력전달이 가능하다.
저속 반응성이 좋아진 엔진과 바로 직결되는 변속기 덕분에 힘 좋은 수동변속기 차량으로 가속하는 것처럼 깔끔하고 시원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오른발에 힘을 줘 급가속을 할 때에는 비교적 얌전한 170마력 출력의 한계가 느껴졌다. 변속 속도가 빠르지 않은 것도 여전했다.
파워트레인의 NVH는 계속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엔진 자체의 소음이나 진동은 꽤 있지만 이를 잘 틀어막고 있다. 3천rpm 미만의 일상영역에서는 꽤 부드럽고 조용한데, 그 이상 올리며 급가속을 하면 아직도 소음진동이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액티언의 차체는 예전 쌍용시절과 마찬가지로 강건했다. 차체가 강간해서 거친 노면을 지나가도 충격이 덜 느껴졌다. 여기에 흡차음 대책이 강화됐고, 내부에 흡음스폰지가 들어간 미쉐린 타이어까지 장착되면서 노면소음이 꽤 잘 걸러졌다.
승차감은 단단한 편이다. 특히 스프링의 장력이 강한 느낌이라 일부에게는 딱딱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단단한 서스펜션을 적용했음에도 차체강성이 뛰어나 큰 임팩트가 있어도 차체가 허둥대는 느낌은 적었다. 다만 약간의 여진이 느껴지는 점은 아쉬웠다.
실용성과 사용자 경험(UX)
차고가 낮은 쿠페형 SUV라 실내공간이 좁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KGM은 트렁크 공간을 늘리면서 낮아진 지붕으로 잃은 공간을 확보했다. 그뿐만 아니라 바닥 공간이 넓어짐으로써 오히려 차박을 하기에는 더욱 좋아졌다. 2열 승차공간도 중형세단 수준으로 넓은 편이다.
액티언의 클러스터와 AVNT(Audio∙Video∙Navigation∙Telematics)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KGM의 차세대 통합 UI 플랫폼 ‘아테나 2.0’이 적용됐다고 한다. 직관적이고 모던한 그래픽으로 다양한 정보를 표시하며, 필요한 기능을 연동할 수 있도록 해 편의성을 높였다. 무선 업데이트 기능도 기본이다.
짧은 시승시간 동안 기능을 모두 써볼수는 없었지만, 익숙해지는 데 긴 시간이 필요 없을 것으로 보였다. 특히 자주 쓰는 기능이 스티어링휠에 장착된 버튼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에게도 위화감이 없을 것이다.
좋은 점과 아쉬운 점
신형 액티언은 디자인이 잘 된 세련된 차다. 세계 최초의 쿠페형 SUV의 계보를 잇는다는 스토리텔링도 공감이 갔다. 실내마감과 편의장비도 수준급이었고, 쓰임새도 좋았다. 공간 활용성도 충분히 경쟁력이 보였다.
좋은 쓰임새는 파워트레인으로도 이어진다. 경쟁 중형 SUV에 비해 다소 작은 엔진은 출력이 평범하고, 8단도 아닌 6단 변속기가 적용됐음에도 일상주행에서의 답답함은 전혀 없었다. 파워트레인의 정숙성도 일상 영역에서는 합격점이다.
쌍용차 시절부터 탄탄했던 하체도 그대로 이어졌다. 높은 차체가 허둥대거나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단점으로 지적됐던 핸들링 느낌도 나아졌다.
다만 고급차로서의 만족도를 주기에는 모자라는 부분이 있었다. 엔진 출력이 차 크기에 비해 모자란 것이 사실이라 스포츠 주행을 할 때에는 엔진의 한계가 드러났다. 승차감과 핸들링 부분도 매끄럽게 다듬을 필요가 있어보였다.
단점도 있지만 신형 액티언은 또렸한 장점을 지닌 잘 만들어진 차다. 사전예약이 5만대가 넘을 정도로 큰 돌풍이라고 한다.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이 일궈낸 성과다. 이제 진짜 평가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