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1967년 자동차 산업에 첫 발을 내딛은 지 57년만에 누적 차량 생산 1억 대를 달성했다고 30일 밝혔다.
현대차는 1968년 11월, 포드의 '코티나(CORTINA)'를 CKD 방식으로 생산하기 시작한지 57년 만에 누적 생산 1억대를 돌파했다.
현대차는 이날 울산공장 출고센터에서 이동석 국내생산담당 및 CSO 사장, 문용문 노조 지부장 등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차량 생산 1억대 달성 기념 행사를 개최했다.
1억 1번째 생산 차량인 '아이오닉 5'는 출차 세리머니를 마치고 생애 첫 차로 '아이오닉 5'를 선택한 20대 고객에게 인도됐다. 1억 1번째 현대차의 주인은 백령도의 군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승현 씨이다.
1억대를 생산한 글로벌 자동차 회사 현대차의 발자취
정주영 선대회장은 "한 나라의 국토를 인체에 비유한다면 도로는 혈관과 같고 자동차는 그 혈관 속을 흐르는 피와 같다"며 1960년대 국토 재건 및 국내 도로 확충을 계기로 미국 포드(FORD)와의 제휴 협상을 거쳐 1967년 12월 현대차를 설립했다.
이듬해 현대차는 울산에 조립공장을 짓고 포드의 코티나 2세대 모델을 들여와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시 설립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자동차 회사가 공장을 짓고 조립 생산을 시작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국내 환경에 맞는 차량을 만들기 위해 온 노력을 기울였으나 조립 생산 방식의 한계를 맞닥뜨린 현대차는 정주영 선대회장의 결단으로 독자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고, 임직원의 집요한 노력 끝에 프로젝트 착수 약 3년만인 1975년 '포니'를 양산했다.
포니는 1976년 대한민국 승용차 최초로 에콰도르 등 해외에 수출됐으며, 1986년 국내 첫 전륜구동 승용차 '포니 엑셀(PONY EXCEL)'이 자동차 본고장 미국에 수출됐다.
현대차는 해외 생산거점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성장했다. 1997년 튀르키예 공장 준공 이후 인도 공장(1998년), 미국 앨라배마 공장(2005년), 체코 공장(2009년), 브라질 공장 (2012년), 인도네시아 공장(2022년) 등 세계 각지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며 전 세계 연간 약 500만 대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울산 EV 전용공장', 인도 '푸네 공장' 등 글로벌 사업장에 생산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며 100만 대 생산 능력을 추가로 구축하고 있다.
현대차는 1983년 두 번째 독자 승용 모델 '스텔라(STELLAR)'를 출시한 뒤 '쏘나타(SONATA)' (1985년), '그랜저(GRANDEUR)'(1986년), '엘란트라(ELANTRA, 현재 아반떼)'(1990년) 등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모델들을 잇따라 선보였다. 그러나 이때까지는 구동계와 차체 등 핵심기술은 모두 외국의 힘을 빌었다.
이후 독자기술 개발에 올인한 현대차는 수많은 시행 착오를 이겨내고 1991년 국내 첫 독자 엔진인 '알파엔진' 개발에 성공했으며, 1994년에는 플랫폼부터 엔진, 변속기까지 자동차 생산의 모든 요소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첫 자동차 '엑센트(ACCENT)'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996년에는 현대차 R&D의 산실인 남양연구소를 설립했다. 남양연구소는 347만㎡ 규모 부지에 기술 개발은 물론 디자인과 설계, 시험, 평가 등 기반 연구 시설을 모두 갖춘 종합기술연구소로 미국, 유럽, 인도, 중국 등 세계 각지의 기술연구소와 함께 현대차의 신차 및 신기술 연구와 기술력 향상을 이끌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현대차의 글로벌 누적 차량 생산량은 1986년 100만 대를 넘어선 뒤 10년만인 1996년 1천만 대를 달성했다. 이후 기록 달성 주기는 점차 짧아져 2013년 5천만 대, 2019년 8천만 대, 2022년 9천만 대 생산을 넘어섰고, 2024년 9월 누적 1억 대 돌파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었다. 1986년 미국 수출을 시작한 포니 엑셀은 싼 가격으로 미국시장에서 성공을 거뒀으나, 이후 품질 문제로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후 독자개발한 세타엔진은 경쟁사 대비 뛰어난 출력과 연비로 주목을 받았으나 제조공정상 문제로 대량 리콜을 하면서 기업 이미지에 상처를 주기도 했다.
이미지 개선은 기술개발과 품질이라는 정공법을 택한 현대차
성장과정에서 부침이 있었지만 지금의 현대차를 만든 일등공신은 오랜 시간 현대차를 신뢰하고 지지해 준 고객이라고 현대차는 강조했다.
1999년 취임한 정몽구 명예회장은 '품질 경영'을 통해 차량의 품질이 기업의 근본적 경쟁력인 동시에 고객의 안전과 만족에 직결되는 요소라고 했다.
2001년 양재본사에 '품질상황실'을 설치하고 24시간 품질과 관련된 세계 각국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실시간으로 접수 처리했으며, 수집된 데이터는 현장 임직원들에게 모두 공유됐다.
또한 불량을 대대적으로 줄이기 위해 글로벌 생산 공장마다 전수검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결과 2004년 J.D.파워의 품질 조사에서 '뉴 EF쏘나타'는 글로벌 주요 브랜드의 간판 모델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싼 차’만 만든다는 현대차의 이미지는 제네시스의 탄생으로 바뀌게 된다. 2015년 11월 정식 출범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정의선 당시 부회장이 초기 계획 단계부터 전 과정을 주도한 브랜드로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뤘다.
제네시스는 출범 7년여 만인 2023년 8월 누적 판매량 100만 대를 돌파했으며, 전체 판매 중 해외 시장 비중이 40%를 상회하는 등 명실상부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혔다.
고성능 브랜드 이미지도 굳건히 했다. 특히 세계적인 엔지니어인 알버트 비어만과 타이론 존슨을 영입해 고성능과는 거리가 멀었던 현대차가 진짜 고성능차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고성능 브랜드 N은 WRC(World Rally Championship)와 TCR 월드 투어,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 등 각종 모터스포츠 대회를 통해 얻은 기술을 다수 도입하며 운전의 재미와 고성능 감성을 추구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N 차량은 2017년 첫 모델 'i30 N' 탄생 이후 지난 8월까지 '벨로스터 N', 'i20 N', '아반떼 N' 등 모두 13만 5,373대가 판매됐다. 특히 지난해 출시된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미래차의 선도주자는 현대차
2020년 취임한 정의선 회장은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비롯해 자율주행, SDV 등 신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며 현대차를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현실화하고 있다.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등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현대차의 전기차 모델들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지 영향력 있는 자동차 기관과 매체가 주관하는 권위 있는 시상식을 석권하며 높은 경쟁력을 입증했다.
현대차는 2011년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하이브리드 시장에 뛰어든 이후 지속적 기술 개선과 적용 차종 확대 등으로 증가하는 하이브리드 차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성능과 연비가 대폭 개선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2025년 1월부터 적용되며, 전기차 특유의 주행 상품성과 9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갖춘 EREV(Extended Range Electrified Vehicle)도 2027년부터 판매 예정이다.
수소전기차 분야는 현대차가 독보적으로 선도하고 있다. 2013년 수소전기차 'ix35 Fuel Cell'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으며, 2018년 전용 승용 모델 '넥쏘(NEXO)'를 선보였다. 넥쏘는 상품성이 개선된 2세대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고, 수소전기트럭 및 수소전기버스 등 상용 부문 수소차량 성장세도 견조하다.
2023년 현대차는 신개념 스마트 도심형 모빌리티 허브인 'HMGICS(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를 싱가포르에 설립했다. 이곳에서 연구 및 실증한 AI, 로봇, 스마트 팩토리 등 혁신적 제조 플랫폼과 첨단 기술은 미국 조지아 'HMGMA'와 '울산 EV 전용공장' 등 향후 완공될 생산공장에 적극 도입되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전망이다.
장재훈 대표이사 사장은 "현대차는 과감한 도전과 집요한 연구를 통해 빠르게 성장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모빌리티 게임 체인저로서 새로운 1억 대의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말했다.